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라할머니27

 

<상린이의 어리석음>

 

 

 

상린이의 원망은

부모에 대한 원망에서

한라할머니에게로 번졌다.

 

시간이 감에 따라

최근에 돌아가신 강림동 할머니까지도

상린이는 원망을 하기 시작했다.

 

상린이의 원망은 이기적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된

상린이의 원망의 시작은

한라할머니의 조언을

상린이가 받아들여 결혼으로 인해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하자

원망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

 

이젠 그 결혼을 옆에서 도운

강림동 할머니까지

상린이는 원망하기 시작했다.

 

상린이의 원망은 어리석었다.

 

모든 결정과 생각들과 선택은

결국 스스로 한 거였음을

상린이는 망각하고 있었다.

 

상린이는 엄마와

어릴 때부터 갈등이 있었다.

그런 엄마와 너무나 닮은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돈에 환장하는 듯 행동하는

남편의 부모와 그의 형제들도 미워했다.

 

그렇게 상린이와 그녀의 남편은

갈등의 싸움에 서로 익숙해져 갔다.

 

상린이는 이혼을 결심하고

한라할머니를 찾아갔다.

당신의 조언에

내가 이렇게 망가졌음을

알리기 위한 상린이의 생각이었다.

 

한라할머니는 상린이의 표정으로

심각함을 눈치챘다.

상린이는 한라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남편이 오랫동안

가난하게 살아왔던 것이

이렇게 살면서 문제가 될 줄 몰랐어요.

너무나 안 맞아 못살겠어요."

 

"월급도 적어 생활비도 부족한데

남편집에 돈을 부쳐줘야 하는 것도

저는 이해가 안 돼요."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친정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아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너무 괘씸해요. 이혼해야겠어요."

 

귀담아듣던 한라할머니는

상린이에게 질문을 했다.

 

"네 남편에게 너의 힘듦을 말했니?"

 

상린이는 그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네, 말했어요.

할머니,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보다가

안 돼서 이혼을 생각하고

할머니에게 온 거예요.

저는 할머니도 원망스러워요.

왜 제게 결혼을 하라고 하셨죠?"

 

상린이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그때 한라할머니집에 와 있던 손님들은

상린이의 말에

하나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냥 참고 살아.

원래 남자들은 철이 늦게 들어서 그래."

 

"선생님이 무슨 뜻이 있으셨겠지,

그렇다고 선생님을 원망하면 못써."

 

"아직 어려서 그런가 보네.

서로 맞춰가면서 사는 거야."

 

"결혼은 살다 보면 싸울 때도 있는 거야."

 

"월급이 적으면 맞춰 살면 되지.

 시댁이 가난하면  좀 도와주면 어떤가?

도우며 사는 거지."

 

한라할머니는 가만히 계셨지만

와 있던 손님들의 말이 이어져 갔다.

 

상린이는 그들의 말들보다

한라할머니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한라할머니는 상린이를

구석방으로 데리고 갔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라할머니가 말했다.

 

" 상린아, 싸움이 난다면

잘못이 상대에게 있어도

네 성격도 돌아봐야 한다."

 

"서로 인연이 되는 건

내게 부족한 게 상대가 갖고 있고

상대가 부족한걸 내가 채워줄 수 있어서지."

 

"서로 의견이 달라 부탁을 했는데도

합의가 안된다면 별거부터 해보고

이혼해도 된다."

 

상린이는 곰곰이 생각한 후 말을 꺼냈다.

 

"할머니, 사실 제가 고쳐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화내면서 달려들듯 말했었어요.

감정이 실리니까 친절하고 부드럽게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어요."

 

"제 말투가 아마도 남편에게

상처를 주긴 한 거 같아요.

 화내듯 짜증스럽게 말하는 걸

고쳐달라고

남편이 제게 말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남편이 제 부탁도

안 들어줬나 싶어요."

 

상린이는 고개를 숙였다.

 

한라할머니는 상린이에게

 부드럽게 화내지 않으며 말해버릇하면

사람 마음은 다 움직일 수 있다며

괜찮다며 상린이를 위로했다.

 

한라할머니는 상린이에게

집에 가지 말고

여기에 며칠 묵으라고 했다.

며칠뒤,

그녀의 남편이 상린이를 데리러 왔다.

 

상린이가 말한  추측이 맞았다.

 

상린이 남편은 자기 집을

상린이가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가난으로 인해

자격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상린이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상린이의 의도와 다르게 들리고

전달됨을 알았다.

말투와 사용한 단어가

적절치 못했음을 알게 됐다.

 

상린이 남편은

자기 집에 돈을 더 이상 부치지 않고

형제들이 적은 금액이라도

십시일반 걷어

자기 집에 돈을 같이 부치겠다고 했다.

 

그리고 생활습관의 다른 점은

계속해서 합의해 가며 살아가겠다고

상린이에게 다짐했다.

 

상린이 또한 내 의견만 주장하고

그 주장을 화내듯,

짜증 내듯 말하는 버릇을

고치도록 노력하겠다

남편에게 사과했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