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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집이 망했다

 

우리 친정부모님은

큰아버지집을 대신해

조카 3명을 데려와 같이 살았다.

 

큰집은 가난했고

배운 사람이 없었다.

우리 아버지는 형의 뒷바라지로

대학까지 나왔으니

조카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나는 큰집 사촌들과

같이 사는 게 싫었다.

이렇게 나눠 쓰다

우리집이 가난해질까봐 두려웠다.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우리 집은 부자였다.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잘됐다.

그럼에도 망했다.

 

아버지는 조카들 학비와 용돈

모든 뒷자라지를 다 하셨고

큰집은 물려받은 재산을

혼자 독식하며

점점 잘되어갔다.

 

조카들은

물질 풍요에 건방져 가고

과외를 시켜도 공부를 못했다.

 

동토가 나듯

조카들은 우리 집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점점 독식해 갔다.

 

난 소리쳤다.

" 너네집으로 꺼져 새끼들아."

그럴 때마다 우리 부모님은

나눠야 한다고 

그래야 복받는다고

내게 가르쳤다.

기부도 많이 하셨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조카들을 데려와 키워준 게

잘못은 아니다.

조카들 챙기고 신경쓰느라

자식들은 항상 뒷전이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돕고 살면 자식도 잘된다 믿었던

우리 부모님

그 믿음은 처절하게 깨졌다.

 

자식처럼 도왔던 조카들은

물질적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정신적 성장을 돕는 게

모두 다 잘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고생한 보람도 없이

나눠준 희망도 없이

베풀었던 흔적도 없이

사람이 하나씩 떠나갔다.

멀리..

그때마다 난 몹시 슬펐지만

눈물을 삼키며 깨달았다.

 

 

물질을 나누며 살아야 하는 건

80년대 과거버전이구나.

 

물질을 베풀면

상대가 내게 호의를 갖고

내 말을 잘 듣게 할 수는 있지만

정신적 성장을 돕지 못하면

같이 망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친정집이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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