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엉겁결에 태어났어도
눈치 보다 보니
내가 비굴해져 있어도
살아야 할 당위성이 있다.
분위기에 휩쓸였을 뿐인데
사기를 당했고
어쩌다 보니
개털이 됐어도
살아내야 할 당위성이 있다.
헤매다 보니
한참 돌아가게 됐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도
살아가야 할 당위성이 있다.
대출금이 날 겁박해도
치킨을 이제 시켜먹지 못하게 됐어도
살아봐야 할 당위성이 있다.
마땅히 해야 하거나
당연하게 있어야 하는 걸
당위성이라 부른다.
완전체이지 못한
약간씩 뭔가가 부족한 인간이
정신적 성장을 위해
이 지구에 태어난다.
인간에서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야 할 당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