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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을 마주하며

 

불면증으로 고생 고생 참다 참다

인내력 소진으로

결국 의사를 찾아갔다.

 

공손한 마음으로

집 근처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장황하게

전문지식을 내게 알려줬다.

 

기억나는 것만 정리해 보면

"일시적 불면증은

스트레스, 단기 질병,

수면주기 변화에 의해 생깁니다."

 

"아.., 네.. 네.."

 

"단기 불면증은

2~3주 지속되는 불면증인데

이것도 스트레스,

정신적 신체적 질병과

관련이 있어요."

 

"아.., 네."

 

다음은 역시 내 예상대로

 장기 불면증을 말한다.

 계속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며

원인은 다양하다고 한다.

 

 

의사는 불면증은

카페인, 술, 갑상선 치료제,

우울증 약, 항암제, 피임제 복용도

영향이 있다며

약을 먹고 있는 게 있냐고 물었다.

 

"네.. 저는 요즘

소화제 계속 먹고 있어요."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듯 했다.

소음이나 방 안의 온도, 밝기도

수면에 영향을 주고,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관절염, 월경, 두통이

불면증의 원인이기도 하고,

 

또 가정문제, 직업문제

즉, 걱정 자체가

수면을 방해한다고 한다.

 

.......

나도 안다.

 

 

그래서 더 미치겠다.

 

 

의사는 내게

오래 누워있다고 좋은 게 아니고

짧게라도

깊은 잠을 자는 게 중요하다며

친절히 설명해 줬다.

 

짧고 깊은 잠.. 나도 안다ㅜ

 

 

그래서 더 미치겠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운동은 얼마나 하실까요..?"

"운동 안 하는데요."

 

"전혀 안 하시나요..??"

"뭐.., 숨쉬기 운동 정도 합니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얼마나 드시나요..??"

 

"안 세봤는데요..

커피는 수시로 마셔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요..??"

"대중없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요?"

"그것도 대중없어요.."

 

"아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못하시네"

 

"아.. 뭐.., 네.."

 

 

날 잠시

안타깝게 보던 의사는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말해줬다.

 

 

기억은 다 나지않지만 대충 적어보면

자기 전 온수목욕,

낮잠 금지,

격렬한 운동 금지,

침대서 TV 보지 않기..

금지 금지.. 샬라 샬라~

 

그러면서 수면 일기를 써서

다음 주에 가져오란다..

 

 

자기 전에 책을 보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며..

 

 

참나..

 

걱정이 많아 잠을 못 자는데

내게 숙제를 내주다니..;;

날 두 번 죽이는 것 같았다.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오면서

나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은 내게 친동생이지만

서로 안부전화 따위 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만 할 뿐.

 

 

동생은 노처녀로 살다

노처녀로 죽을 것 같다는 걱정에

무려 13년 동안

불면증, 불안에 시달렸었다.

 

이제와 보니 새삼 참 불쌍했다.

 

44살에 드디어 결혼을 하고

불면증이 사라졌다.

삶은 아직도 불안한듯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동생은 

"웬일이야..??"

역시나 우리 집안사람 맞다.

 

 

얘기를 들어보니

동생은 결혼해서

불면증이 없어진 게 아니라

 

잠을 자야 하는데..

왜 이리 잠이 안 오지..

 못 자면 내일 출근해서 힘든데..

아.. 자고 싶다..

안 자면 피곤한데..

이러면 안 될 텐데..

 

이 생각들을 안 하려 했단다.

 

 

어차피 내일도 더 힘들고

피곤할 테니

숙면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아예 포기하고 살았다고 한다.

 

동생이 불쌍했다..

그리고  하루를 놓고 따져보니

토막잠을 조금씩은 자고 있어

그걸로 만족했다고 했다.

 

 

불면증에 13년 동안

고생했을 동생에게 미안했다.

내가 무관심했다..

 

 

나도 밤에 못 자고

낮엔 늘어지고 피곤한

내 모습을 그냥 받아들이려 한다.

 

결국

나의 걱정과 고민이 해결돼야

마음 편히 잘 테니

밤에 꼭 자야 하고

그것도 숙면으로 자야만 한다는

생각을 안 하려 한다.

 

포기하고 살면 편한 게 있다.

숙면의 욕망을 포기,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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