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중에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사촌 언니가 있다.
그 언니의 어머니는
딸의 결혼 성사를 위해 팔공산까지 가서
추운 겨울에 비닐을 쓰고
추위를 견디며
기도를 하고 오셨다고 한다.
딸도 어머니의 정성을 알고는
들어오는 선을 마다하지 않고 다 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결혼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사실 사촌 언니는 결혼을 안 했어도
경제적으로 커리어적으로
전혀 부족할 것이 없기에
그때 나는 학생이라 뭘 알았겠나 싶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하며
결혼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그 언니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내가 결혼하던 날
언니가 축의금을 들고 식장에 왔다.
난 사촌언니가 미국도 자주 다녀야 하는
워낙 바쁜 사람이라
결혼식에 온다고 기대도 안 했는데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 주시는 모습에
내가 괜히 미안하기까지 했다.
결혼이 인생에
최종 목표는 아니라고 나도 생각한다.
사촌언니도
언니 어머니도
그렇게 결혼을 원했는데도
이루어지지가 않은 것이 난 안타깝다.
이제는 내가 소개를 시켜줘도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다 내 자식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결혼 생각 없다고
바빠서 결혼해도
가정을 꾸리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사촌언니는 스펙도 실력도 인성도 좋으니
아마도 사회에 올인하며
더 큰일을 하며 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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