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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당첨

 

양성이다.

코로나 당첨이다.

지난 3월 10일부터 일주일 격리 후

해제됐다.



나는 코로나 걸리기 전

거의 매일 포스팅을 하며 살아왔었다.

나의 즐거움, 낙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의 매일

포스팅이라..., 미쳤던 거 같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누구나가 부지런해지고 열심히가 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미친 초능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코로나에 당첨되는 바람에

그 미친 초능력을 잃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글을 쓰지 못하고

올리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포스팅을 중단했다..

코로나가 열정과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미친 초능력을 빼앗은것이다.



코로나에 당첨됐지만

난 당첨된 이유를 모른다.

이유를 알면

두 번 당첨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으련만.., 모르겠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서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열은 없는 몸살 같은 근육통이었다.



몸이 아프기 막 시작했을 때는

코로나인지 몰랐다.

근육통은

내게 항상 자주 있었기 떼문이다.

 

하지만 날 멍청하게 만들 만큼

코로나는 날 아무 생각 없게 만들었다.

 




'코로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지도 않게

난 아무 생각 없이 아프기만 하다가

반나절이 지나고서

갑자기 코로나 생각이 났다.

참,, 바보다.



그래도 진단키트를 사다 놓기

잘했다는 생각에

키트를 꺼내며 스스로를 칭찬하다

키트 안에 있는

설명서를 꺼내 보자마자

바로 두려움을 느꼈다.

 

뭔 말인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1시간가량 정독을

여러 번 반복한 후에야

난 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또 바보다..ㅜ

 

15분 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두려웠다.

이런류의 두려움은 왜 틀리질 않을까..

두줄이다.



임신테스트기와 흡사한

이 진단키트는

빨강 파랑도 아닌

빨강과 검은색으로 완성되었다.

 

당황도 잠시

난 바로 혼란스러웠다.

 

양성이면

그다음은

어찌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또 바보다..ㅜ



재빨리 검색을 해봤지만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더 헷갈렸다.

나의 독해력이 딸리는 폐해다.

 

할 수 없이 주변에 물어보니

다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아... 몸도 아픈데 나가야만 했다.

 

나가다 밖에서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그럼 ㄱ객사..?? 걱정이 들었다.



뉴스를 틀어보니

PCR 검사를 받으러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단다.

 

어쩌지.. 나.., 저질체력인데...ㅜ



두줄로 그어진 진단키트를

주머니에 넣고

무릎 나온 후줄근한 츄리닝에

철 지난겨울 모자를 눌러쓰며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

줄을 서있다 쓰러지는 상상과 함께

119 대원과 함께

병원에 도착하는 상상을 또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진 않았다.



나는 왜 평소에

바보같이 짜증만 내며 지냈을까

 

무슨 영화를 누린다고

왜 다이어트는 한다며

그 많고 많은 맛난 음식을

왜 거부하며 지냈을까

 

아..하..!!!

그러니 내가 짜증이 많았구나..

 

재밌게 살 걸, 즐겁게 지낼걸,

더 많이 웃을걸..

후회만이 들었다.



나 죽으러 가니..??


검사받을 진료소는

집에서 걸어 30분 거리였다.

 

30분을 걸을 자신이 없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모든 이들을 오염시킬 게 뻔했고

택시는

방역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고

그리고 겁나 비싸다고

 예약하고도

며칠을 기다려야 한단다.


그리고 양성 판정받은 자가

pcr검사를 안 받고

함부로 돌아다니면

천만원이하벌금과 1년 이하의 징역..;;

 

 무서운 마음에

빨리빨리

내 다리를 재촉하며 걸어갔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고

진료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난 꿈을 꾼 듯

구름 위를 걷는 듯

나는 서있는 게 힘들어 주저앉아

줄지어진 사람뒤를

따라갔던 기억밖에 없다.

 

뭔가 붕 뜬듯한 느낌과 어지러움만

기억이 난다.



진료소를 다녀온 후

저녁부터 열이 났지만 해열제를 먹고

밥도 안 먹고 바로 잤다.



다음날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 양성.

놀랍지도 않았다.

진단키트 정확성이 놀라울 뿐이었다.



밥이 안 넘어가

콜라만 원샷을 하고

약을 먹고 또다시 잠에 들었다.

2시간쯤 자고 나니

목이 많이 아프고 기침이 심했다.

 

이번엔

콜라 두 캔을 원샷하고

약을 먹고 자리에 누웠다.



뭐지... 왜 이리 마음이 편하지..??

 

휴양하는 기분이었다.

 

방에 격리되어 답답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니 너무 편했다.

세수도 당연히 안 했다.

그래도 양치는

하루에 한 번만 하는 걸로

내 양심이  협상했다.



하지만

하늘은 편안해하는 내 모습이

싫었던 걸까..?

 

우리 딸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이다.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됐다.

같이 격리됐다.

아... 미안했다.

내가 옮긴 것이 분명하다.



우리 딸은 기침 가래 인후통이 심했다.

난 더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나를 닮아 식탐이 많은 딸이다.

 

딸은 매일 배달앱을 켜고

뭘 먹을지 행복한 고민과 함께

내 눈치를 봤다.

왜 이러나 보니

시키고 싶은 음식이 비쌌기때문이었다.



마침 미안한 마음뿐이던 나는

 보상이라도 해주듯

생크림 듬뿍 와플과

브랜드표 순살치킨

피자 한판을 혼자 다 먹게 해 줬다.



우리 딸의 감동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난 처음 봤다.

참.. 나쁜 엄마다.

 

 많이 미안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우리 딸이 무슨 신데렐라라고

난 구박만 했을까..

 

너무 미안했다.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면서

난 우리 딸의 식욕을 북돋아 주었다.

예상한 것처럼

배달음식을 아주 잘 먹어주었다.

 

하지만

우리 딸은 증상이 나보다 심해선지

어떤 음식도 맛이 안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로 후각,미각이 마비된 것이다.

아무런 맛이 안 난다며

피자 한판, 치킨

그리고 생크림 와플을 다 먹었다.



내일 아침 일찍 배달이 안되니

기다릴 동안 먹을

피자 한 조각만 남기고 말이다.



나 때문에 옮아 아픈 우리 딸에겐

너무나 미안한 마음뿐이었지만

격리생활은 너무나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휴식이었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남이 해주는 밥과 청소

자잘한 집안일에서의

해방이 좋아서인 경우를 본다.

 

내가 지금 그렇다.



풍부한 배달음식에 행복해하는

우리 딸과 보고 싶었던 영상도 보면서

함께 지내니

몸이 아픈게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잊어버리게 해 줬다.



코로나에 걸리니 몸이 많이 아팠다.

개처럼 컹컹 소리 내며

기침을 해도

어지러워 화장실을 기어서 가도

기침하느라 잠을 설쳐도

마음만은 편안했다.



매일 하던 나만의 루틴을 멈추니

지금 당장 내가 웃지도

즐겁지도 않으면서

 

앞으로 나의 미래는

웃으며 즐겁게

재밌게 지내리라 믿었구나

바보 같은 나를 보게 됐다.



우리 딸과 같이 있다 보니

그동안 너무 대화를 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도 느꼈다.

 

엄마가 미안해.

 

세심하게 신경 써서 말하지 않고

말로 상처 많이 줘서

엄마가 미안해.

노력할게.


코로나는 일상을 멈추게 하지만

나를 점검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비록 몸이 아파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평소에 당연하다고 느끼는

너무나도 많은 당연했던 것들이

다시 새롭게 보이고

감사히 보였다.



격리가 해제가 된 후

음성이 나왔는데도 한동안 어지러워

밥을 잘 못 먹었다.

 

다행히 우리 딸은 바로 나앗다.



이제 나는 코로나를 겪고 난 이후

좀 발전된 내가 되려 노력하려 한다.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로 힘들고

아프고 고생하고 있다.

 

아프신 분들은 무사히 완쾌되시고

각자 원하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바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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