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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가족2화

 

나는 군인가족이었고

남편은 군인이었다.

 

1992년~2022년 동안

내가 군인가족으로 살았던

이야기를 적어본다.

 

 홍천생활은 

작고 허름한 집에서도

잘 사는 법을 알게 해 주었다.

 

난 결혼할 때 받은

선물과 예쁜 그릇들을

마구 펼쳐놓았다.

 

집을 어지러 놓으면

허름한 집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의 1㎞ 쯤에

군인아파트가 있었다.

 

그 아파트에 살고 계신 사모님이

차 한잔 마시자고 초대를 했다.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던

군인아파트를 가보게 됐다.

 

4층 1동짜리

초라한 외관과 달리

아파트 내부는

필요한 것들로만 알차게 구성시킨

잘 정리된 모습이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없는 게 없이

빠짐없이 다 있는

놀라운 곳이었다.

 

살림고수가 분명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작고 좁고 허름한

군인아파트엔

다른 사모님들이 와계셨다.

 

대금을 전공하신 사모님,

 

외아들을 끔찍이 챙겼던 사모님,

 

 미인대회 출신이셨던 사모님,

 

 사과를 특이하게 잘랐던 사모님,

 

나와 고향이 같았던 사모님,

사모님, 사모님,,, 원 없이 불렀다.

 

나는 계급으로

서열이 나뉜다는 걸 알고 나서

 너무 어렵고 낯설기만 했다.

뭘 먹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모님들을 만났던

추억이 됐다.

 

 

 1년 하고 반년.

 

추운 겨울.

 

부대를 옮기게 됐다.

홍천을 떠나게 됐다.

 

이사하는 날 아침

난 월세를 다 마무리지었건만

농부였던 집주인은 

있지도 않은

추가 월세비를 더 내라며

우리의 이삿짐차를 막아섰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어처구니를 찾았지만,

집주인은

어이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 돈이었다.

 

 

남편이 주머니에서

8만 원가량을 내보이자

집주인은

큰 호의를 베풀듯

돈을 받아 넣었다.

 

농부아저씨에게 묻고 싶다.

 

"아저씨, 그때 왜 그랬어요?"

 

남편에게 묻고 싶다.

 

"돈을 꼭 줘야만 했나요?"

 

나에게도 묻고 싶다.

 

"넌 그때 뭐 하고 있었니?"

 

 

이삿짐을 실던 아저씨는 

빨리 출발하자며

우릴 재촉했다.

 

삥 뜯긴 아이처럼 쭈구린체

타고 갈 차도 없어

이삿짐 트럭을 같이 얻어 타고

부산으로 우린 이사를 했다.

 

 

3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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