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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가족5화

 

나는 군인가족이었고

남편은 군인이었다.

 

1992년~2022년 동안

내가 군인가족으로 살았던

이야기를 적어본다.

 

 

보통 부대를 옮기게 되면 

전출과 이사할 시간들을 준다.

 

부대마다 주는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남편은 이사 가는 날까지 바빴다.

 

 

일부러 바쁜 척한 것이 아닌지

조심히 넘겨짚었다.

 

그러나 싸우진 않았다.

 

서로 바빠서..;;

 

 

 

 이삿짐을 싸고

이사하기까지

혼자 아이를 데리고 하려니

나는 그동안 편히

너무 곱게만 살았던 걸까

생각했다.

 

 

이렇게

나를 항상 강하게 만드는 남편이

밉지는 않았다.

 

남편은 나라 편이니까;;

 

이사를 하면 할수록

남편은 점점

더더욱 최강의

바쁜 부대를 찾아들어간 듯했다.

 

그래서 난 시내에 있는

민간 아파트를

대출을 받아 전세로 들어갔다.

 

우리에게 배정된 속초관사는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아이들과 살 자신이 없었다.

 

 

남편은 집에 한 달에

1박 2일로 왔다.

 

일부러 의도적으로

최소화로 온 게 아닌가..

 

 살포시

의부증 수준까지 갔다.

 

그럼에도

의부증에 걸리진 않았다.

 

난 육아로 너무 피곤했기에

그냥 자고만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미뤄놨던 싸울 일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사비용은

부대에서 지원해 준다.

 

그러나

역시나 이사할 때마다 적자였다.

 

지금은 정확히

이사구간 거리를 계산해서

포장이사비용으로 준다.

 

그때는

부대에서 주는 이사 지원금이

포장이사비용보다

적게 나왔다.

포장이사가 아닌

일반이사비용으로 지원됐기때문이다.

 

그래도 감사했다.

 

작게라도

이사비용을 지원해 주니

나라가 우릴 버리진 않은 거니까..

 

나는 3번 만의 이사를 계기로

필요한 물건까지도

다 버리는

미니멀리즘을 좋아하게 됐다.

 

필요한 물건 없이도

최소의 짐으로 살아내는

이상한 도깨비 같은 생활을 

이사 2번 만에 난 시작했다.

 

 

그러나

악마와 난 손을 잡고 말았다.

 

열악한 환경이

날 악마와 손잡게 했다고

크게 불평 한번 해 본다.

 

바로

남과 비교하기 시작한 거다.

 

이사 때마다 흑기사처럼

도와주러 오는 이가 있는

군인가족을

난 심히 미워했다.

 

"이사는 혼자 하는 거 아니니..?"

 

다정히 손잡고

같이 산책 다니며

남편이 안 바쁜 군인가족을

마구 시기, 질투했다.

 

"항상 바빠야 군인 아니니...?"

 

 

죽일 듯 부러움에

마구니, 사탄 같이

난 그들을 쳐다봤다ㅜ

 

 

언제부터였을까..

 

비교하기 시작하며 살았다.

 

나의 낮은 자존감의 결과였다.

 

가까운 설악산

집 근처 바다,

맛난 오징어회,

관광지로 유명한 속초였지만

  난 보이지도

만끽하지도 못했다.

 

나의 낮은 자신감의 결과였다.

 

 

부자 시댁과 사장님과 결혼해 

풍요로운 사모님이 된

친동생도 미웠다.

 

평생 이사를 해보지 않아선지

나의 힘듦의 토로를

이해하지 못한

친정엄마도 미웠다.

 

나의 군인가족생활을

그들이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생각을 했다.

 

나의 생각질량이 낮은 결과였다.

 

 

속초로 이사 온 후 얼머지않아

친정부모님과 동생네는

내가 이사한 속초에 도착해

우리 집에 딱 10초만 머물다

관광을 하고

호텔에서 자고 돌아갔다.

 

부모님과 동생네가 와도 

부대에서 나올 수 없는,

주말이어도

집에 없는 남편에게

나는 전화로 공갈 협박을 했다.

 

" 당신은 왜 항상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없고

그럼에도 우린 경제적으로도

왜 여유롭지 못하지..?"

 

" 이렇게 살 거라고

미리 말했어야지

이거 사기결혼 아냐...?"

 

 

많은 군인가족들은 바란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진급되고

전쟁 휴전상태인 이 나라를

잘 지켜내길 말이다.

 

그럼 그 모습을 보며

군인가족들은

저절로 성장할 거라고.

이사를 다니며

많은 군인가족과 군인을 보았다.

 

군인가족분들 중 직업으로 인해

주말부부로 살거나,

군인커플인 경우는

아이는 부모님이 키워주시고

부부는 각각

부대 독신자 숙소에서

따로 사는 경우도 봤다.

 

같이 사니 오히려 힘들 수도

떨어져 사니

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남편과 같이 살았지만

같이 살지 않았다.

주말부부로 사는 것 같은데

 주말에도 집에 오지 않는

이상하고 요상한

도깨비나라에 사는 것 같았다.

 

 

속초에서는

개인적으로 얻은 집은

바로 집 근처에

 학원들과 학교가 있어 좋았다.

 

대출까지 받아

일반아파트로 들어간 이유였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던 모임은 줄었다.

시대의 흐름인 건지

모임을 안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나만 빼고 말이다.

 

보통 모임은 과별, 처별로 한다.

 

출신 동기들과도 하고,

같은 종교로도 모임을 한다.

 

물론 친한 사람들끼리도 한다.

 

 

부대별 모임은

가장 계급이 높은 분이나

 사모님이 나서줘야

군인가족 모임이 이뤄진다.

 

출신별 동기모임은

가족들까지 모이기도 한다.

 

종교모임은 계급보단

군종장교와 사모님 주도로

모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시내로 나와

남편과 떨어져 살다 보니

군인가족보다

속초시민들의 삶과 생각들을

많이 보게 됐다.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같아도

환경적 특성으로 인한

다름이 분명 있다.

 

호기심 많은

우리 옆집 아줌마는

우리를 만나면 항상 궁금해했다.

 

"남편이 항상 집에 없는 거 같네?"

 

"항상 보면 아이만 보여..."

 

"남편이 뭐 하는 사람이야?"

 

"군인이에요."

 

"우리 애 조금 있으면 군대가는데

  좀 부탁해야겠네...?"

 

"px에서 물건 싸게 사고 좋겠다."

 

사람마다 환경의 다름이

생각의 다름을 만들어 낸다.

생각이 다르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달랐다.

 

 

이땐 젊어서였을까....

 

내가 생각이 어려서였을까..

 

힘든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잦은 이사는

각자만의 환경이 주는 

 나만의 공부의 혜택임을

그땐 몰랐다.

 

 

6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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