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신비한 하루>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아래,
할머니의 모습이 점점 다가오자
상린이의 눈동자는
설렘으로 반짝였다.
강림동 할머니는
한라할머니를 보자마자
"선생님, 저 왔어요.
저번에 왔던
서울큰아기도 같이 왔어요."
'"선생님, 그때 여자대학교수 있잖아요?
그 양반 또 왔었나요?
그 양반 어떻게 됐어요?"
강림동 할머니는
한라할머니를 만난 기쁨에
마음이 들뜬 체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강린동 할머니의 수다스러워진 모습은
상린이에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할머니였지만,
한라할머니와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반짝이고,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한라할머니는 가만히 미소를 머금은 채
강림동 할머니와 이런저런 주제로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다.
한라할머니집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위안을 받는 장소였다.
그러나 한라할머니는
누구나 환영하는 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멀리서 온 사람들로
한라할머니집은 가득했다.
상린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사람들로 가득 찬 거실에서는
그럴 기화조차 찾기 어려웠다.
이야기를 나누려 할 때마다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하거나,
한라할머니의 주목을 끌어
다른 대화에 참여하게 됐다.
상린이는 조금 실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할머니가 주변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한 대화 속에서,
상린이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됐다.
그건 바로 한라할머니의 집은
단순한 거주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위로하는 소중한 장소였다.
시간이 흘러, 손님들이
조금 적어졌을 때
상린이와 강림할머니,
그리고
몇몇의 손님들과 밥상을 두고
한라할머니와
마주 앉을 수 있었다.
"할머니,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주말이라 더 사람이 많았나요?"
상린이가 말했다.
그때 상린이와 나란히 앉은
여자손님이 상린이를 꾸짖었다.
"아가씨, 할머니라고 부르면 안 돼.
여기는 모든 사람들이
선생님이나
삼신할머니라고 불러."
상린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옆에 있던 강림할머니는
괜찮다고 말하며 상린이를 쳐다봤다.
한라할머니는 상린이를 쳐다보며
"할머니라 불러도 돼."
"아까 우리 손주들도
나보고 할머니라고 부르는 거 봤지?"
상린이는 미안함과 감사함의
교차하는 감정이 왔다 갔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