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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할머니20

 

<다채로운 색깔의 인생풍경>

 

 

 

서울에서 찾아온 중년의 부부가

한라할머니를 찾아왔다.

 

방송국 기자였었다는 아저씨는

몸이 아파 병원을 다니다

소문을 듣고

여길 찾아오게 됐다고 했다.

 

그 부부가 할머니와

어떤 얘기를 했는지,

 할머니는 어떤 말을 해줬는지

상린이는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온 아저씨는 건강문제로

개인의 일상생활과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친 게 분명했다.

 

부부는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오느라

피곤해져 버린 모습이었다.

 

한라할머니네에는

아픈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왔다.

 

상린이는 안타까웠다.

 

왜 이리 병원이 많고,

왜 이리 아픈 사람이 많은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아픈 사람이 오면

할머니는 대다수 화병이라고 하셨다.

 

서해안에서 꽃게를 박스째

들고 온 아줌마도 있었다.

그 아줌마는 한라할머니에게

직접 요리해서 대접하고 싶어서

꽃게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상린이는 제주도에서 지내면서

집에서 보다 입맛도 더 좋아지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즐거웠다.

 

상린이는 무엇보다

다 같이 먹는 음식에 대해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이었다.

 

한라할머니네는

큰 냄비에 밥을 매 끼니 했다.

누룽지가 많이 나왔다.

그러면 그 누룽지를 모아 튀겨

설탕 뿌려 먹거나

눌은밥으로 먹을 때가 있었다.

 

 상린이는 그 눌은밥이 먹고 싶었다.

 

그러나

한라할머니는 눌은밥을 못 먹게 하셨다.

 

아무래도 손님에게

눌은밥을 먹게 하는 건

대접을 소홀히 하는 거라

생각하신 듯했다.

 

상린이는 눌은밥을 먹고 싶다고

할머니에게 표현해도

한라할머니는 잘 지어져 담긴 밥을

 상린이 앞에 놔줬다.

 

대학교수라는 분도 할머니를 찾아왔다.

 

전문적인 지식의 의견을

할머니에게 묻는 듯했다.

학교도 나오지 않는 분께 의견을 묻다니

상린이는 신기하기만 했다.

 

한라할머니가 나온 잡지를 보고

호기심에 찾아온

 두 명의 아가씨도 있었다.

 

아가씨들은

돌아갈 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상린이가 자는 방에서 하룻밤 자고 갔다.

 

무례한 사람들도 있었다.

 

묻지도 않고 할머니를 사진 찍거나

한라할머니를 면접 보듯 질문하거나

싸우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모아둔 누룽지를

몰래 훔쳐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린이는 매일 한라할머니의

한옥집에서만 지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네를 찾아오니

상린이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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